공공택지로 지정된 선바위 지구(울산시 울주군 범서읍 입암리)
이들 부부는 조사를 받으면서도 '장인·장모님의 소일거리와 아이들의 주말 영농체험, 본인 퇴직 후 영농 노후 대비'라고 주장했습니다. 땅을 사고 나서 너무 바빠 제대로 관리를 못했을 뿐 진짜 농사를 지으려고 했다는 겁니다. 행정기관과 경찰, 검찰도 밝히지 못한 사실을 우리가 밝힐 수도 없고 있지 않은 사실을 예단해서는 안 되겠지요. 하지만 합리적 의심을 해볼 수는 있을 겁니다.
이 부부 공무원이 사들인 농지 가격은 앞서 말씀드렸듯 3억 8,300만 원입니다. 그런데 이 돈의 90%인 3억 4,500만 원을 대출금으로 충당했습니다. 매달 이자만 65만 원을 내면서 말입니다. 부모님 소일거리와 아이들 주말농장 체험에 대한 비용 치고는 너무 과하다는 생각은 저만 드는 걸까요.
게다가 농지를 사들인 2020년 이들 부부는 주 5일 9시에서 6시까지 근무를 하는 공무원으로 재직하면서 수시로 초과근무를 한 기록이 남아 있습니다. 이렇게 바쁜 일상을 살면서 농사를 지으려고 했다는 말은 재판부도 "상식적으로 납득이 어렵다"라고 밝혔습니다. 실제로 농지 구매 사실이 적발되기 전까지 이들 부부는 농업 재료도 전혀 구매하지 않았습니다. 사건 조사가 시작되고 나서야 트럭을 계약했을 뿐입니다.
공교롭게도 넉 달 뒤 택지지구가 되는 농지를 농사를 직접 짓겠다며 90%의 대출을 받아 사들이고 방치한 공무원 부부.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발 정보를 이용한 투기는 아니라고 하니 허탈함은 그저 사건을 바라보는 시민들의 몫으로만 남게 됐습니다.
그럼 사들인 농지는 어떻게 되나요?
사정이 어찌 되었건 이 사건은 농지법 위반 사건이니 벌금 이상의 처벌은 없습니다. 다만 농지에서 농사를 짓지 않았으니 이에 대한 행정처분은 가능한데요.
행정기관이 해당 농지에 대해 처분의무를 부과할 수 있습니다. 만일 농지를 처분하지 않으면 감정가격이나 공시지가 중 더 높은 가격의 25%에 해당하는 이행강제금이 매년 부과됩니다.
하지만 담당 행정기관인 울주군은 아직 행정처분을 내리지 않고 있습니다. 이제 1심 판결이 내려진 것일 뿐 이들 부부 공무원이 농지법을 위반했다는 최종 결론이 내려진 것이 아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실제 이 사건에 대해 피고인 부부 공무원과 검사 양쪽이 모두 항소를 했습니다. 항소심이 진행되려면 또 시간이 걸릴 테고 혹시나 상고까지 한다면 더 많은 시간이 걸리겠죠.
아마 최종 판결과 행정처분이 내려지기도 전에 이 일대에 1만 5천 세대의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 있을 수도 있습니다. 이들 부부가 3억 8,300만 원에 사들인 1,979㎡의 농지는 그때쯤이면 얼마가 되어있을까요. 저는 부동산 전문가가 아니라 잘 모르겠습니다. |